최종편집 : 2020-04-09 19:35 (목)
정부 공격에 눈 멀어 외신브리핑 왜곡한 조선일보
상태바
정부 공격에 눈 멀어 외신브리핑 왜곡한 조선일보
  • 고일석
  • 승인 2020.03.12 1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일보는 3월 11일 <방역 자랑하다 뻘쭘해진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9일 있었던 코로나19 관련 정부 합동 외신브리핑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의 부제목은 <외신기자들, 공무원 제쳐놓고 전문가들에게 송곳 질문>, <"한국정부 대응 적절했나" 묻자, 역학회장 "동의 못해">였다. 

제목에 있는 "뻘쭘해진 정부"는 두 번째 부제인 <"한국정부 대응 적절했나" 묻자, 역학회장 "동의 못해">와 관련된 내용이다. 부제만 보면 "한국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역학회장이 "동의 못한다"고 답변한 것처럼 보인다. 기사의 해당 부분은 아래와 같다.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독일 기자가 배석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제쳐두고 김동현 한국역학회장을 손으로 지목하면서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질문은 '코로나 시작 단계부터 한국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김회장이 "아까 '성공'이라는 말이 (정부 측에서) 나온 것 같은데 저는 동의하기 좀 어렵다"며 "바이러스가 통제되고 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독일 기자의 질문은 기사에서 소개한 것처럼 "코로나 시작 단계부터 한국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이 처음부터 적절했느냐, 아니면 확산이 진행되면서 그 과정에서 배워나간 것이냐"라는 것이었다. 

부제에서는 마치 김동현 역학회장이 독일 기자의 질문에 대해 "동의 못한다"고 답변한 것처럼 얘기했지만 그것이 사실과 다른 것이라는 점은 조선일보 기사의 해당 부분에서도 알 수 있다. 김 회장이 "동의 못한다"고 한 것은 독일 기자 질문의 "코로나 시작 단계부터 한국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성공'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것이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KTV
김동현 한국역학회장/KTV

이 대목은 김 회장이 애초에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한 것이 아니라 답변 기회를 갖게 되자 답변에 앞서 먼저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것이다. 정부가 '성공'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딱 한 대목이다. 

"초기에는 예상보다 빠른 감염 속도와 방대한 감염 규모에 다소 혼란을 겪었으나, 현재는 점차 모든 상황을 통제해 나가고 있으며,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김동현 회장의 해당 언급은 혹시나 정부가 자만할까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한 말이지 정부의 평가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김 회장은 기자의 질문 중에서 "초기 상황"에 대해서는 스스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초기 31번째 신천지 환자가 발생하기까지는 봉쇄(containment)를 중심으로 한 격리, 접촉자 추적, 검역을 성공적으로 잘 해왔습니다. 그러나 신천지 사건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확산이 진행되면서 그 과정에서 배워나간 것이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저희가 알아낸 것은 이 코로나바이러스 굉장히 스마트한 바이러스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알게된 것, 몰랐던 것, 아쉬웠던 점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코로나19 외신브리핑/KTV
코로나19 외신브리핑/KTV

조선일보는 "독일 기자가 배석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제쳐두고 김동현 한국역학회장을 손으로 지목하면서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면서 이 부분을 부제에서 "공무원 제쳐놓고 전문가들에게 송곳 질문"이라고 적어놓았다.

그러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권준욱 보건연구원장, 이태호 외교부 차관의 브리핑을 들은 뒤에 함께 배석한 민간 전문가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굳이 "공무원 제쳐놓고"라고 강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 날 질문답변에서 조선일보가 얘기하는 것처럼 외신기자들이 공무원을 제쳐놓고 전문가들에게 중점적으로 질문한 것도 아니다. 굳이 정부관계자와 민간전문가로 구분해서 본다면 정부관계자를 답변자로 지목한 질문이 민간전문가를 지목한 경우보다 두 배 정도 많았다. 정부관계자가 답변해야 할 질문이 훨씬 많았었기 때문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KTV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KTV

가장 중요한 것은 이날 회견의 목적이 "방역 자랑"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확진자의 증가로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내용이 '자랑'으로 평가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유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경험을 국제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김강립 차관이 브리핑 말미에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간의 경험과 지식을 세계와 공유하고 합니다. 오늘의 자리가 세계 각국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라고 말한 것과, 김동현 역학회장이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있었고, 그렇게 드러난 문제점들을 여기오신 기자 분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 이탈리아, 이란, 미국, 일본에서 진행될 수 있는 또 다른 상황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부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코로나바이러스 : 한국은 중국과 이탈리아와 같은 대규모 도시 봉쇄 없이 감염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조선일보는 같은 날 인터넷판에 "韓, 도시 봉쇄 없이도..대규모 진단·첨단 기술로 '코로나 저지' 효과"라는 제목으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10일자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SCMP의 이 기사가 9일의 외신브리핑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다. 

이 기사는 "한국의 정부관계자는 중국 우한의 경우와 같은 도시 전체의 봉쇄는 개방된 사회에서는 시행하기 어렵다며, 이와 관련된 경험을 공유했다"고 전한 다음 "투명하고 개방적인 사회의 원리를 해치지 않고 자발적인 국민참여와 첨단기술의 창조적 응용을 융합한 대응체계를 권유한다"는 김강립 차관의 브리핑 내용을 인용했다. 

조선일보의 얘기처럼 9일의 외신브리핑이 정부가 방역 자랑을 하려다가 기자들의 송곳 질문과 민간전문가의 정부 평가 부정으로 뻘쭘해진 자리였다면 SCMP의 기사는 나올 수 없는 기사였다. 

이날 외신브리핑은 대유행을 앞두고 있는 국제사회에 한국의 경험을 알리고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참석한 외신기자들도 한국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조선일보의 보도처럼 우리 정부의 방역을 '자랑'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고, 외신 기자들도 정부의 브리핑은 무시하고 전문가들에게만 질문하며 한국의 대응에서 무슨 허점이 있는지를 찾아내기 위해 '송곳 질문'을 한 것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